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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명절 세쯔분 節分에 가정에서는 보통 뭘 할까??

ariariaria 2022. 2. 4. 20:36

세쯔분 節分은 2월 3일의 일본의 명절이에요.
빨간 날은 아니지만 세쯔분에 가정에서 하는 몇 가지 행사가 있지요.

 

#마메 마끼

1월 초 설 연휴가 끝나면 마트에서 일제히 세쯔분 관련 상품을 진열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마메福豆、볶은 대두를 팔죠.
세쯔분에 오니를 쫒기 위한 콩인데요.
보통 제일 평범한 콩이 100엔-200엔 정도이고, 일반 콩 말고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소포장이 되어있거나, 땅콩이 들어있거나, 예쁜 색깔이 입혀져 있거나, 달달하게 설탕 코팅이 되어 있거나.. 등등

 

 

원재료명 대두 only


하지만 가장 노멀한 콩은 아무런 조미가 되지 않은 콩입니다. 
나름 고소한 맛에 먹을 만 한데, 좀 심심하죠. 
여러 가지 상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항상 가장 스탠더드 한 콩을 산답니다.
그래야 던졌을 때 집이 가장 안 더러워지거든요.

 

한 해의 악운을 쫒기 위해 오니(귀신) 분장을 한 사람에게 콩을 던지며 외칩니다.

 

”鬼わぁそと、福わぁうち”

 

はー부분을 살짝 늘려주는 게 포인트 ㅋㅋ

저희 집은 매년 아빠가 오니 역할을 하고 아이들이 신나게 콩을 던지면 엄마가 청소를 하는 분담 체제입니다.

오니 분장을 위해서 가면을 써야 하는데, 백엔샵 같은 곳에서 팔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서 프린트해서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 오니를 보면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좀 컸다고 아이들이 직접 오니 가면을 만든답니다. 

 

 

#콩을 먹는다

콩을 던진 후에는 자기의 나이만큼 먹습니다.
라고 저는 알고 있었는데, 올해 큰아이 말로는 나이 +1개를 먹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학교 친구들이 그랬다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여하튼 대충 나이수만큼 먹는데, 쌩 콩이다 보니 좀 퍽퍽합니다.


먹는 이유는 한 해의 무병장수를 바라며 먹는 걸까요??
콩에 어떤 신성한 기운이 있어서 그걸 먹음으로써 자신도 보호받는 효과를 노리는 거 같습니다. (뇌피셜 ㅎㅎ)
원래 주섬주섬 던진 걸 주워 먹는데, 바닥청소를 미리 해둔다는 걸 올해는 깜빡해서 던진 건 버리고 새 걸로 몇 개 먹었습니다.
맛은 건강한 맛.

 

#에호마끼를 먹는다

恵方巻 에호-마끼라고 巻き寿司、일본판 김밥 같은걸 먹는데, 먹는 방법이 좀 독특합니다.
매년 방향이 정해져 있어서 그 방향을 향해서 말을 하지 않고 자르지 않은 마끼즈시를 통째로 먹는 것이 규칙이라 합니다.
왜 이런 규칙이 있는지 잘 모르고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이번에 포스팅을 하면서 이유가 궁금해서 알아봤습니다.

 

자세한 건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시면 되는데, 확실한 기원이 있는 건 아니고 다양한 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ja.wikipedia.org/wiki/%E6%81%B5%E6%96%B9%E5%B7%BB
궁금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너무 긴데 3줄 요약이 어렵습니다.

제 나름의 정리를 해보자면,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긴 물건이 장수를 상징해서 좋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에호마끼도 그런 의미에서 먹는다는 것 같고, 자르지 않고 그대로 먹는 건, 말하지 않고 자르지 않고 한 번에 먹음으로써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함인 듯합니다. 에호마끼를 자르면 연이 끊어진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자르지 않는다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칼은 선물 안 하고 그런 미신? 비슷한 믿음인 것 같네요.

 

일본에는 이런 토속적인 풍습이 의외로 생활 곳곳에 남아있어서 흥미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도 이런 풍습이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겠지요.

 

세쯔분 시즌에는 동네방네 다 恵方巻를 판답니다. 이렇게 예약도 받고 하는데, 슈퍼만 가도 산처럼 쌓아놓고 팔지요.